교수가 해임됐다.

9월 즈음이었던가, 한창 시국이 와글와글할 때였다. 신정아 게이트가 벌컥 열려 모든 언론들이 발가벗기기에 여념이 없는 때였고, 나는 나대로 다른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한창 새학기 준비와, 여름 한철을 바쁘게 보낼 때였으니. 그 때 학내 성폭력 문제가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었다. 다른 과 학부생이 일본으로 유학을 가 있었는데, 학교 교수가 직접 찾아가 술을 먹이고는 호텔로 "반강제로" 끌어들인 후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것이다.

좀 더 자세히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보자면, 당시 피해학생은 유학을 간지 불과 한달도 안되서 불안정한 상태였고 그 교수는 이리저리 도움을 주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학기중에 몸소 일본까지 찾아가 저녁식사를 하고, 술까지 함께 먹은 후, 가겠다는 학생을 억지로, 억지로, 앉혀놓았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매우 일반적이고 상습적인 수순. 그런데 좀 다른 부류였던 모양, 호텔에 방을 잡아 두고는 자기는 다른 숙소에 가서 자겠다며 신사적으로 물러났다고 한다.

일단 교수가 물러났으니 피해학생은 마음을 놓고 잠을 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웬걸, 새벽 2시가 넘어 호텔로 돌아온 교수는 일본인직원들에게 "놓고 온 물건이 있으니 그 학생 방 문을 열어달라"고 요구했고 이를 만류당하자, 강경한 어조로 재차 요구했다고 한다. 놀랍게도 그는 기어코 방에 들어가겠다고 기술자를 불러 문을 따기까지 했으니, 혹시나 싶어 문단속을 철저하게 해 둔 여학생의 노력도 물거품이 되고 만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여학생이 불쾌한 촉감에 눈을 떠, 한시간이 넘은 실랑이 끝에 성폭행을 당하는 일은 모면했지만 그 과정에서 피해학생은 심각한 성폭력을 경험한 것이었다.(혹시나 성폭행rape과 성폭력sexual violence이 구분되지 않는다면 좀 공부 좀 하시라, 미래의 어버이로서.) 곧 이 사실을 부모님께 말씀드리고 학교를 통해 문제제기를 했다.

사실, 법정투쟁이 아닌 학교 여학생 위원회 등을 통한 해결을 택한 것은 피해학생 나름의 최선의 판단이었다. 교수와 학생간의 문제이므로 학내에서 정상적인 방법을 통해 해결하려는 노력을 보인 것은 칭찬받을만한 일이었다. 그러나 가해자는 그리 만만한 양반이 아니었던 것이, 그 교수는 40대의 젊은 나이에 무려무려 총장까지 했던, 말 그대로 빽도 되고 끗발도 좀 되는 양반이었다. 그 사건이 있던 다음 날 바로 귀국해서 변호사를 선임해 사건을 무마하려 했고 피해학생의 부모에게 자기 끗발을 자랑하며 사건을 키우지 말라고 협박까지 했다는 것이다.

결국 사건이 학내에서 (비밀리에)공론화되자 진상규명위원회와 징계위원회에서는 교수의 성폭력 사실에 징계를 결의했고, 가해교수는 교수들에게 공공연히 "나 혼자 당할 것 같으냐, 다 끌고 가버리겠다"라며 물귀신 작전까지 폈다고 한다. 재단 이사진 중에 노골적으로 가해교수를 편드는 사람도 있었고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는 것 같았다. 결국 이사회에서 최종 결론을 내기로 했는데-.

사건의 진척상황과 뻔뻔한 가해교수의 행동에 분노한 피해학생의 부모는 교수를 상대로 소송을 걸기고 했고, 학생회에서는 함께 성명을 내고 가해 교수의 해임을 요구했다. 그것이 내가 사건을 알게 되고, 단대 성명서 초안을 작성한 9월. 두달이 지나고 나서 학생식당에서 교수의 해임이 결정되었다는 대자보를 보았다.

대자보를 보고, 우선 끝까지 그 사건에 대해 실천에 나서지 못한 점이 부끄러웠고 그러면서도, 학교에 한가지의 정의가 세워진 것 같아 다행스럽고 반가웠다. 대학에...한국의 대학엔 부정과 비리가 너무도 많지만 내 앞에서 하나의 부정이, 해임이란 결과로 끝맺어졌으니 그것은 기뻐할 일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 하나의 승리의 경험이, 목마르게 그리웠던 것이다.

by 공존共存 | 2007/11/05 19:11 | 『co-existence』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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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ielcide at 2007/11/05 21:44
역시나 한붕외대. 한달만 더다니면 빠이빠~이 빠이빠이야~
Commented by 공존共存 at 2007/11/05 22:13
횽아 위장이랑 알콜부터 빠이빠이 시키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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