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변화론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 by 공존共存

문제는 MB가 아니라 바로 당신이야!


사회문제를 논의하다보면 번번히 부딪히게 되는 벽이 있는데,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다. 대안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MB씨가 삽질을 하고 한나라당이 성추행을 해도 수권정당으로서 민주당이 바로 서지 못하는 것이며, 대안이 없기 때문에, 유인촌 박희태 이영희 따위가 삽질을 해도 MB씨가 도무지 바꾸질 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놈의 대안이라는 게 참 어렵다. 하기사, 문제를 해결할 손쉬운 방법을 알면 정치가는 아무나 했겠지.

그런데 이건 비밀인데, 참 쉬운 대안이 있다. 이것만 제대로 되면 성차별도 사라지고 세대갈등도 자취를 감추며 지역갈등을 지나간 추억으로 되새기면서 우리가 함께 얼싸안는 통일한국이 될 수 있다. 의식이다. 국민의식을 개혁하면 된다. 당신도, 나도 잘못이 있다. 상상력을 키우자, 서로를 보다 얼싸 안자. 차이를 차별로 만들지 말고 우리 함께 웃어보자. 그렇게 하면 우리는 모두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의식개혁의 마법으로 투표율은 단숨에 90%를 돌파! 고등학생을 토론석에 앉혀 놓으면 나오는 이야기다.

그래, 우리나라 사람들 국민의식 수준 참 문제다. 비록 실제 득표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보다 적었지만(이건 사람들이 거의 신경을 안쓰더라.) 이명박 대통령은 역대 최대 득표차 수로 당선되었고 한나라당은 고작 뉴타운 사기극으로 수도권을 휩쓸었다. 참여정부 5년간 산산히 흩어진 현 야권이 겨우겨우 동력을 끌어모아 보자, 애쓰고 있던 사이 벌어진 일이다.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사퇴한 전력이 있는 자에게 국가통수권자의 자리를 떡하니 위임하고, 이미 공중분해되었어도 열번쯤은 공중분해되어 마땅한 정당에 170석이나 주어버린 이 족같은 시츄에이션을 잉태한 우리의 국민의식은 누구나 한탄해 마지 않을 문제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 사람들이 노무현과 김대중을 당선시켰던 것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고작 5년이다. 5년 전에 투표를 했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은 죽었을 것이고, 5년 전에 투표를 하지 못했던 사람들 중 많은 사람들은 이번엔 투표를 했을 것이지만 유권자 다수는 대동소이할 것이다. 5년 전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우리는 이 나라의 시민으로 유권자로 살고 있고 5년 전과 지금 전혀 다른 선택을 했다. 사람의 인격과 가치관 그리고 정치지향이라는 것이 5년 사이에 그리 쉽게 바뀔 수 있는 것일까?

나는 저처럼 "당신이 문제요"하는 시각이야말로 상당히 무책임하다고 생각한다. 의식개혁은 장기간게 걸친 사회적 화학작용에 따라 이룩되는 것이다. 그것은 이를 테면, (비록 누더기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차별금지법 제정과 같은 긍정적인 결과물로도 나타나고, 반대로 3당합당과 경상도 수구화처럼 부정적인 결과물로도 나타날 수 있다. 어떨 땐 노무현을 당선시켰다가, 어떨 땐 민노당을 제 2야당으로 키워주었다가, 어떨 땐 이명박을 당선시키는 그런 것이 의식개혁인데, 정작 어떻게 그 변화를 일으킬지는 알려주지 않고 다그치고 혼내며 정신차리라고 한다. 대체 무슨 수로?

뿐만 아니라 국민의식비판론(국개론이라고 약칭하면 편하겠지만 그건 정치적으로 온당하지 못하므로.)은 사실 민주적이지도 못하다. 민주주의란 대중의 전체적인 합의가 장기적으로 사회발전에 이로울 것이라고 믿는 정치제도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에서 5년을 고통 속에 살더라도, 그것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겪고 넘어가야 할 성장통이 아니라고 누가 확신할 수 있는가? 유시민의 후불제 민주주의에서 지적하는 바와 같이,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의 댓가를 치르는 과정을 우리 스스로 택한 것일 지도 모르는데, 그것을 '문제적 상황'이라 몰아붙이는 것은 얼마나 크나큰 오만인가.

정치견해의 차이는 지독하게도 상대적인 것이다. 한편이 절대적인 확신을 갖게 될수록 반대편으로부터 절대적인 편견을 사게 된다. 이명박의 당선에 기뻐하고, 노무현의 당선을 국민의식의 문제로 치부했던 사람들은 그 반대편에 선 사람에게 똑같은 소리를 듣게 될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민주주의의 대전제이다. 의식개혁과 같은 이상론 아닌 이상론을 떠들 기운이 있다면 실제적으로 민주주의에 보탬이 되는 제도적 장치들을 먼저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이명박이 싫다. 나도 정말 싫다. 그러나 이명박과 같은 대통령이 다시 나타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개헌 때문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워 중대한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지 12년여 만에 드디어 제대로 된 논의가 가능하게 되었다. 지금의 중앙집권적 대통령제에서 벗어나 의원내각제 등 다양한 정치제도가 논의될 것이다(박근혜 말고는 여야 정치권에 대체적인 컨센선스가 이루러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의 이명박을 물리칠 수는 없지만 다음의 이명박을 오게 하지 않을 방법이 지금 이미 의식개혁보다 먼저 준비되고 있다.

중앙정치제도를 바꾸는 대전제 뒤에, 어떤 것들이 필요할까? 권력기관에 대한 시민사회의 견제 보완책이다. 법조인 양성과정에 대한 순혈주의 탈피를 비롯해 4대 권력기관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감시기구를 두어야 한다. 이 두가지만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면 적어도 대통령 한사람 때문에 국가위신이 크게 추락하거나 인권상황이 극도로 악화되는 일 따위는 피할 수 있다. 게다가 이건 의식개혁처럼 니 편 내 편 갈라져 싸울 이유도 없다.

정치권력의 전횡을 막는 일이 끝나면 자본권력의 전횡을 막아야 한다. 이미 기업에 대한 시민사회의 감시기능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이미 여러 갈래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그것을 제대로 받아안을 권력기관의 의지만 따르면 되는 문제다. 4대권력기관이 정상적으로 기능하기만 해도 이것은 걱정할 것이 없다. 세금의 많고 적음은 해당 정부의 기조에서 결정할 문제이고, 그 정해진 세금만 제대로 내게 해도 우리 사회의 상식은 한 차원 올라갈 수 있다.

그 다음은?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폭거를 막는 것은 최우선으로 시행되어야 할 과제이고, 그 뒤에 이루어져야 할 일들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나는 복지제도의 확충을 꼽고 싶다. 그것은 수구적 정당에서는 하지 못하는, 진보적 정치세력만이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시민들이 보편적인 경제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게 함으로써 다시는, 한나라당과 같은 귀족정치 집단에게 표를 주지 않게 하는 발판을 마련하고자 함이다.

선덕여왕에서 덕만이 말했다. 사람이란 물과 해와 같다고. 선이 있고 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처럼 살아가는 것이라고. 의식을 가지고 서로 물어뜯는 것은 다분히 정치 퇴행적 현상이다. 상대방의, 내부의 부족함을 따지는 것은 좋지만 어떤 상황을 초래한 의식의 문제 만큼, 그런 상황을 지속시키는 제도의 문제 역시 중요하지 않은가. 이명박이 오든, 박근혜가 오든, 어떤 부패정치인이 오더라도 막아낼 수 있는 든든한 방패를, 우리는 만들어야 하지 않는가. 누구를 원망하지 말자. 정확하게 현재 상황을 판단하고, 그런 일이 더는 생기지 않도록, 제도와 시스템을 정비해 미래의 사태에 대비하자.

이인제는 왜 뺀거냐. 이거슨 정치탄ㅋ압ㅋ이다.


**ㅋㅋㅋㅋ님의 지적으로 이명박에 대한 "전과 14범" 표현을 수정했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덧글

  • 타누키 2009/07/15 00:00 # 답글

    피닉제~~~~ 잘봤습니다~
  • 공존共存 2009/07/15 00:09 #

    후다닥 쓰고 나서 다시 보니 오타도 많고 고칠 것 투성이네요; 감사합니다.
  • ㅋㅋㅋㅋ 2009/07/15 04:19 # 삭제 답글

    이명박 전과 14범 아님. 그걸 믿는 순간부터 너님은 박사모의 노예.

    법원에서 확정판결 난 건 한 건이나 두 건 정도.

    그리고 그 한 건은 뭔지나 아셈? 한일협정 반대 시위로 붙들려 들어간 거임.

    그런 이야긴 안 하지. 허긴 그런 개념을 님하들에게 찾는 게 무리지만.
  • 공존共存 2009/07/15 11:16 #

    흐음. 지적 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asdf 2009/07/15 13:24 # 삭제

    선거법 위반도 확정판결 난 거 아닌가?
  • 공존共存 2009/07/15 13:28 #

    저도 그 이야기 썼다가 그냥 지웠어요. 확정 판결이 2건인데 하나가 ㅋㅋㅋㅋ님이 말한 건이고 나머지 하나가 바로 그 유명한 1996년 선거법 위반 사건이죠. 본문에 지적했습니다.
  • the-indie 2009/07/15 06:18 # 답글

    민주적인 사회에 있어서.(특히 우리나라에 있어서)다양성의 존중이 중요하다고 봅니다.물론 그러기위해서는 우리의 의식속에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배려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글을 읽다가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아무튼 잘보고 갑니다.
  • 공존共存 2009/07/15 11:20 #

    네 감사합니다. 의식개혁을 부정하는 글은 아니어요;;
  • 언럭키즈 2009/07/15 18:45 # 답글

    바보/나쁜놈을 천재/착한 놈으로 만드는 것 보다 바보/나쁜놈이 과도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관리하는게 더 민주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죠.
  • 공존共存 2009/07/15 20:43 #

    네에 핵심을 짚으셨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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