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3월 05일
보신주의의 탄생
"모순된 존재인 우리는, 타인의 모순된 행동을 과연 어떻게 비판하는가."
아니나 다를까, 혹시나는 역시나다. 한 일주일이었을까. 웹을 뜨겁게 달구었던 신해철 논쟁은 완전히 식었다. 스산한 불씨만을 남기고 우리는, 조국의 영도자 가카가 뿌리는 떡밥에 성실히 맞선다. 그 사이에 하이스트는, 톡톡히 광고 효과를 맛보았을 것이고 신해철은 일상다반사인 이 소동을, 여느때처럼 지나치게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끝이 아니다. 끝나선 안된다. 교육의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다. 우리 대다수는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학습하고, 그로써 진보한다. 교육의 문제로 시작된 논쟁이 신해철 한사람에 대한 인격적 성토로 끝나선 안되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다.
말하고 싶은 건, 보신주의이다. 한국인의 고질병 중 하나다. 대학생들이 치솟는 등록금을 견디다 못해 삭발을 하고 단식 투쟁을 할 때 그들의 은사인 교수들이 외면하는 현상. 우리의 이웃이 경찰의 과격한 진압 속에서 타죽어 갈 때 무감각할 수 있는 현실. 그리고 노무현을 심판한다면서 이명박을 당선시키는 이 개같은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 그 한가운데에 한국인의 독특한 기질인, 보신주의가 자리한다.
발단은 아마도, 독재정권이었다. 독재는 존재하는 모든 저항을 밟고 지나갔다. 아니, 저항하지 않는 사람도 짓밟았다. 정권의 욕구에 따라 선량한 국민들이 하루 아침에 간첩이 되었고, 멀쩡한 대학생이 탁하고 책상을 치니 억하고 죽었다. 사람들은 언젠가는 맞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독재의 새 아침을 그렇게 자신의 한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쉬쉬하며 살았다. 저항은 곧 고난을 뜻한다. 조용히 조용히, 남들처럼만 티나지 않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우리는 그런 시대를 뚫고 살아남았다.
신해철이 학원 광고를 찍었다. 그것도 입시교육을 지독하게 시키기로 유명한 학원을. 명문대에 학생들을 구겨넣기 위해서라면 24시간 강의도 불사한다는 학원기업이다. 명백한 교육의 기생충이다. 지금껏 인간 신해철이 교육을 위해 부르짖어 왔던 것. 체벌로 교사와 학부모가 거두고자 하는 성과-어떻게든 내 자식은 명문대에 입학시키겠다는 학부모들의 비뚤어진 욕망, 그리고 우리 교육의 한없는 천박함은 하루 아침에 거짓말이 되어 버렸다.
혹자는, 유승준을 신해철과 비견하기도 한다. 글쎄, 나는 그 글을 읽고 기가 찼다. 유승준이 군대에 가겠다는 것은, 누구나 연예인이면 서슴치 않을 이미지 관리이다. 그 연예인 개인의 문제에 대한 거짓말이었다. 그런데 신해철이 과연 자기 한몸을 위해 체벌을 반대하고 교육에 대한 비판, 사회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었는가? 고작 "개념인"이라는 호응을 얻기 위해서라면 제 한몸 별다른 티 내지 않고 간수 잘하면 그만이다. 신해철처럼 부채를 십억원씩 져가면서 인디씬 살려보겠다고 설레발치는게, 체벌을 반대하고 일제고사를 비판하는 게 과연 유승준이 했던 거짓말과 등가로 묶일 수 있는가? 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단코.
문제는 이런 것이다. 이영애가 평소에 어떤 행동과 언행을 보여왔든, 그녀는 건설자본이라는, 우리 사회의 암적 존재에 복무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천진난만하게. 신해철이 학원 광고를 했다고 비판하는 건 좋다. 그런데 말이다, 왜 건설자본에 복무하는 이영애는 비판하지 않는가? 그녀가 모순된 행동을 하지 않아서? 만일 그녀가 모순된 행동을 하지 않는 가운데 건설자본의 광고를 찍었다면, 그녀는 철저히 자본의 편이 아닌가. 만약 당신이 용산참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안타까워할 수 있는 감성을 지녔다면, 이영애는 당신의 적의 편이다. 그렇다면 그녀가 과연 대중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있기는 한 것인가? 우리는 그녀를 변함 없이 사랑해도 좋은가?
그런 반면에, 지금껏 꾸준히 교육의 문제를 비판해 온 신해철이, 오늘날 광고 한편으로 인해서 지금껏 그가 져 왔던 모든 리스크-대중적 연예인으로서 그가 비판을 해 왔던 문제들로 인해 받을 수 있는 각종 불이익이 한 순간에 거짓말, 혹은 이미지관리로 치부되어도, 괜찮은가? 지금 대중들이 보였던 태도는 이거다. "니가 뭘 해도 상관없다. 다만 거짓말은 하지 마라."
그렇다면 한번 말을 해보자. 우리는 모순된 존재이지 않은가? 우리는 거짓말을 하지 않나? 신해철이 그래, 거짓말을 했다고 하자. 그러나 그가 거짓말을 했다고 한들 그것은, 선의의 거짓말이 아니었던가. 한창 자아정체성을 일깨워 나갈 청소년들이 체벌로부터 해방되는 것, 그리고 좁디 좁은 교실에서 오로지 대학입시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을 이야기했던 신해철의 행동은 그 자체로 충분히 존중받아야 하는 것 아닌가. 설령 그가 지금 학원 광고로써 대중들을 배신했다고 한들, 지금까지 해 왔던 행동들에 대해서는 비난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 아닌가. 그는 옳은 이야기를 했던 것이 아닌가.
정작, 그가 사회에 던져왔던 메세지에는 무관심했던 대중이, 학원 광고 한편으로 인해 그를 배신의 아이콘으로 추락시키는 현실. 그 한 가운데에서 보신주의는 탄생한다. 사생활도 개인주의도 함유해서는 안되는, 연예인. 그저 이쁜 척 천진난만한 척 아파트 광고나 찍고 대중의 사랑을 받으면 누구도 욕하지 않는다. 그런 반면에, 꾸준히 사회에 비판적 메세지를 던졌던 연예인은 모순된 행동을 단 한번 함으로써(기실 신해철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전혀 모순된 행동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해 왔던 노력들이 이미지쌓기를 위한 거짓말로 매도되는 현실. 당신들은 신해철이 입을 다물기를 바라나. 대다수의 연예인들처럼.
이순재씨가 강부자씨에게 한 말이 있다. "구설수에 휘말리기 싫다면은 소문이 꼬일만한 곳에는 근처에도 가지 마라." 그 얼마나 비인간적인가. 루머가 무서워서, 인기가 떨어질 것이 두려워서 온갖 욕망을 거세해야 하는 연예인들을 대중은 과연 어떻게 위로할 것인가. 그렇게 욕망을 거세한 연예인들을, 한 순간에 얼마나 차갑게 대중은 저버리는가. 그러니 신해철을 욕할 이유는 없다. 당신들의 욕설, 당신들의 비판이, 신해철을 입다물게 하고 그로 하여금 보신주의로 치닫게 한다면, 그것은 전혀 자랑스러운 일은 아닌 것이다.
시시각각 연예인을 배반하는 대중이, 연예인의 배반을 호되게 질타하는 현실에는 현실감각의 결여라는 절대악이 자리한다. 용산참사도 어느새 잊혀져 가고, 지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었떤 촛불집회는, 결국 공정택을 교육감으로 당선시키고야 말았다. 선거율은 나날이 떨어지고 있다.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신해철의 일관성 없음을 비판한 당신은, 스스로의 비판정신에 부끄럽지 않게 일관된 선택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우리 모두가, 보신주의에 찌들지 않았기를 소망한다. 스스로의 거취에 대한 두려움 없이, 내가 소망하는대로 살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런 뒤에 우리는 비로소, 행복할 수 있기에.

잊지 말자 용산참사, 용서 말자 건설자본
# by | 2009/03/05 22:46 | 『co-existence』 | 트랙백 | 덧글(1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우리의 보신주의, 우리의 망각!!
이것이 어쩌면 진정한 문제의 핵심이라 저는 생각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보신주의와의 접점인 것인가? 한번 그 생각을 해 봅니다. 보신주의는 한국인들의 문화적 보수성과도 연관이 있고, 어떤 위계적인 문화에서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가 이정도면 품위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이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게 또 돈이니, 자연히 돈을 추구하게 되고 그것이 보신주의가 되지 않는가? 내지는 외부의 시각에 너무 민감한 문화 때문에, 자연스레 사회의 메인 스트림에 자꾸 끌려가게 되는 것이 아닌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꾸 강력한 사회와의 충돌이 필요한데, 그것에 지쳐 결국 자신의 안위만 생각하는 안일주의로 빠지는 것이 아닌지.
보신주의는 더 많은 요소가 개입하지 않는가. 그러한 생각을 해 봅니다.
스스로의 모순을 보지 못하고 모순을 지적하는 사람. 이건 왠지 비단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사회의 많은 사람들이 저지르는 잘못같군요^^
그것과는 별개로. 잊지 말아야 할것을 잊어서는 안되겠지요. 다만, 가장 강력한 힘으로 실행해야죠. 투표로요. 꾸준함이 필요한 때라고 봅니다. 절대 무엇이 잘못인지 잊지 않는 꾸준함이요.
음, 이 포스팅은 보신주의에 대해서 귀납적으로 추론하는 글이니까요, 연역적으로 분석해 본다면 분명히 우리에게 도움이 되겠죠. 내가 해야 하나 ㅠㅠ
재미있는 글 잘 읽고 있습니다 좋은 밤 되시길^^
해명글에 모욕적인 사진을 올려둔다거나 하는 위험한 짓을 하긴 했지만, 신해철씨를 비판하기만 한다고 달라지는건 없으니까요.
좀 더 건설적인 방향의 비판이 필요한 시점인데.. 그 부분에 대해선 정말 많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승준의 행동은 자기이익을 위함이고 신해철은 아니다.... 신해철은 지독한 자기만족을 위한 사람인가 보네요. 그리고 과연 다른것은 계산에 없었을까요?
오늘 어느 곳에서 욕했다는 기사를 보니 더 나쁜 생각이드네요.
다른 계산이요? 있었다면 그렇게 했겠죠. 그러나 이런 저런 추측이나 공상을 제하고, 실제 있는 사실만 가지고 논의하자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