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그놈의 악플 탓을 봐야 하나.

최진실이 죽었다. MBC에서 근무하고 있는 친구의 말로는 최진실의 아주 가까운 친지가 사채업을 하고 있고, 최진실이 안재환과 채무관계가 있는 것 역시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최진실이 살아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사람들은 최진실의 죽은 뒤에도 그녀의 이야기에 손과 입이 바쁘다. 글쎄, TV 속에서 우리에게 환상을 뿌려대던 스타라는 점 말고는 나와 한줌의 관계도 없는 그녀의 죽음이 왜 궁금할까. 대중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인기스타이기 때문에? 욕망이라는 표현이 보다 다당할 것이지.

그 와중에도 누군가를 탓하느라 바쁜 모양들이다. 악플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고 안재환 때처럼 난리들이다. 그때는 '아고라가 사람을 죽였다'더니 이번에는 '악플이 사람을 죽였다'더라. 아고라가 죽였든 명박이가 죽였든 나의 건강한 사회생활에는 하등의 도움을 주지 않는 한 TV스타의 죽음이 이유가 왜들 그렇게 궁금한가. 누구 탓으로 돌리지 못해서 다들 아둥바둥인가. 살아서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죽음 역시 광고주의 돈벌이가 되어 주기 때문인 걸까? 살아서 그랬던 것처럼, 누군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그녀의 죽음은 소비되는 것인가?

그래, 인터넷이 바꾸어 놓은 것이 참으로 많다. 솜털도 안 가신 초딩이 고화질 야동을 감상할 수 있는 선진적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춘 나라여서 한번은 대통령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모니터를 켜지 않으면 그만, 특정 몇몇 사이트와 미니홈피에만 들어가지 않으면 그만인 그놈의 '악플' 때문에 사람이 죽었다는 말을, 이제는 연예인들이 죽을 때마다 봐야 한다. 사람을 난도질하는 데에는 '악플' 따위와는 상대도 않는 열과 성을 들이는 스포츠연예신문들이 심심하면 악플을 걸고 넘어진다. 인터넷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안티 팬덤이 연예인을 죽인다며 난리다.

거기에 감화를 받기라도 한 것일까. 한때는 열심히 악플을 달던 이들이 반성을 한답시고 세줄 네줄 맞춤법 틀려가면서 써갈긴다. 나는 그저 인터넷에 굴을 하나 파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귀라고 소리를 쳤을 뿐이야, 미안해 진실이누나. 이런 고백을 한다고 죽은 사람이 살아돌아올 수는 있어도 자기가 썼던 악플이 사라지진 않는다. 어찌되었든,

우리 나라 자살증가율이 세계 1위다. 이번주 시사IN에 나온 기사이지만 OECD국가 중에도 말할 것도 없는 선두라고 한다. 하루에 평균 34명이 자살하는 이 나라다. '증가율'이라는 지표로부터, 이후의 추세 역시 짐작할 수 있다. 경제는 양극화되고 공동체는 분열되었다. IMF 이후로 이 나라의 사람들은 피가 흐르는 사람이 아니라 돈이 흐르는 혈관 속 개개의 적혈구로 변해버렸다. 대학 등록금 때문에도 사람이 죽고, 나이를 먹고 소외당해서도 죽고, 로또를 하다가 돈을 몽창 날려서 죽기도 한다. 가뿐해진 목숨만큼 죽음이 가뿐하다. 비정규직 노동자가 정규직 전환 투쟁을 하다가 목숨을 잃었다. 우리 사회의 모든 것이 그녀를 죽음으로 몰아갔다. 10대 청소년이 아이를 낳고 아이를 죽였다. 그 아이들을 탓할 뿐 정작 우리 사회의 성교육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요량을 내지는 못한다. 삶은 가볍고 죽음은 가깝다.  

연예인이든 누구든 대중의 관심을 받는 사람이라면 악플은 피할 수 없다. 즐겁게만 보이는 연예인의 화려한 외연이 철저히 계산된 움직임인 것처럼 악플은 그들이 일상적으로 감당해야 할, 받아내야할, 그리고 노력 여하에 따라서 조절할 수 있는 하나의 외적인 변수에 지나지 않는다. 인터넷이 사람을 죽였네 악플 단 게 죄라네 운운은 정말로 사는 게 얼마나 더러운 건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하는 소리다. 봐라 명박이도 쏟아지는 악플을 받고도 저렇게 당당하지 않나.

악플 탓 좀 그만하지 싶다. 제발, 부탁인데 그럴 정력으로 사형제도라도 폐지하고 복지수준 향상하자는 이야기라도 떠들자. 중요한 건 실제 우리 삶의 수준이지, 악플같이 소심한 방편으로 배출되는 사람들의 폭력성이 아니다. 모니터를 끄면 그만, 귀를 닫으면 그만. 사람들의 작은 일상의 일탈을 무슨 대역죄인인 양 매도하지 말자. 물론 악플은 나쁜 거지만 그 전에 없애야 할, 인간의 삶을 좀먹는 우리 사회의 병폐가 너무도 많다. 안재환의 죽음이 아고라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은 사실은, 진작에 아고라가 욕하고 싶었을 뿐이고 최진실의 죽음이 악플들 탓이라고 하는 사람은, 이봐요 당신이 달고 있는 그게 바로 악플이야. 그러니까 제발, 그럴 시간에 떠들 거 많잖아. 비정규직 철폐라거나 조국의 통일이라거나 사형제도 폐지라거나...

by 공존共存 | 2008/10/03 03:06 | 『co-existence』 | 트랙백(1)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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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당신은 '그 무엇'을 .. at 2008/10/03 17:26

제목 : 희망한국 배너 달기 - 악플 없애기
이제는 악플에 대한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몇 자 적어봅니다. 지금 인터넷에 만연한 악플은 단지 악플 자체의 문제를 넘어서서 우리 사회에 가득한 부정적인 에너지가 표출된 한 단면이 아닌가 싶네요. 어느 틈엔가 찬성보다는 반대가 많아 진거 같네요. 블러그를 돌아다녀도 온통 반대의 물결인거 같아요. 뉴스를 봐도 주위를 둘러봐도 온통 희망보다는 절망과 좌절 뿐인것 같습니다. 이제 그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가 노력하고 나서야 되......more

Commented by -A2- at 2008/10/03 10:15
공감되는 부분들이 있네요.
Commented by 공존共存 at 2008/10/04 00:35
감사합니다 ㅎㅎ
Commented by 解明 at 2008/10/03 13:52
오늘 <조선일보> 만평이 일품이라네. 도대체 세 치 혀로 사람 죽이는 것은 누구인가?
Commented by 공존共存 at 2008/10/04 00:34
어...아침에 신문 보고 이 포스팅에 붙여 넣을까 하다가 귀찮...
Commented by 사용인 at 2008/10/03 17:26
악플이 아닌 희망의 씨앗을 뿌리는데 함께 동참하실래요?
Commented by 공존共存 at 2008/10/04 00:34
네엡~!!
Commented by bobab at 2008/10/04 00:58
별로 공감할 수 없군요. 악플은 폭력입니다.
Commented by 공존共存 at 2008/10/04 01:09
폭력이라는 데에는 동의합니다. 그러나 지금 우리 사회에 만연한 생명경시풍조가 악플로 인해 초래된 것인양 몰아가는 세력의 의도를 경계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악플은 현 시류의 결과이지 원인이 될 수는 없습니다. 누구나가 생명을 우습게 알기에 악플이 생기는 것이지, 악플이 있기 때문에 생명이 가벼워지지는 않습니다. 제가 글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이명박 하나 쿡 찍어서 그놈만 없어지면 대한민국이 나아질 거라는 환상처럼, 악플을 쿡 찍어서 네티즌들의 문화 수준 운운하는 그런 병신같은 태도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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