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중을 어찌할 것인가.

  “디빠들을 보고 뚜껑이 열려서 디까가 되었다”는 진중권의 관점에 완전히 동의할 수 없지만, 그는 우리 사회의 대중적 현상에 대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가장 예민한 촉각을 가진 지식인에 속한다. 그가 바라보는 대중은 그러나, 디빠의 경우와 같이 비이성적이지만은 않다. 바야흐로 이명박 대통령의 시대에, 그들은 또다시 산산히 광장에 모여들고 있지 않은가. 진중권은, 그 대중들이 안타깝다고 했다.


 민주적으로 선출된 권력이 행하는 비민주적 의사결정에 대한 저항권은 민주시민의 기본권이다. 졸렬한 쇠고기협상을 반대하고 이제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이명박 정권이 그 사이 쌓아올린 여러 실정들을 비판하기 위해 거리에 나선 대중들은 민주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지금 거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은 옳다. 비록 전경들의 과잉진압과 언론의 왜곡보도가 잇따르지만 부조리 앞에 선 대중이 외치는 함성은 국민들의 지지를 받아내고 있다.


 광우병의 근본문제는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은 공포라는 점. 조중동 보수언론에선 SRM을 제거한 30개월 이상 소고기가 광우병에 취약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말하지만 동시에 바로 그 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과학적 근거도 없다. 도리어 속속 밝혀지는 연구결과로 인해 광우병은 우리 생각보다 훨씬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이 알려지고 있는 정도랄까. 그래서 지금 대중들이 외치는 미국산 쇠고기 반대의 목소리는 충분한 대비 없이 국민들을 광우병 공포에 밀어 넣으려던 이명박 정권이 외친 메아리다. 대중이라는 산에 부딪혀 돌아올 목소리다.


 그러나 같은 시간과 공간에서 조류독감이라는 위험에 대한 우리의 자세는 몹시 비이성적이라는 점. 대중이란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이다. 87년 항쟁으로 최소한의 절차적 민주주의를 이룩한 바로 그 대중이 황빠와 디빠로 변신하는가 하더니, 이명박에게는 몰표를 주고 한나라당에는 과반의석을 척하니 안긴다. 그러고 나서는 이명박의 지지율을 바닥에 붙은 껌딱지 수준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적 대표치적인 청계천광장을 저항의 공간으로 만들고 있지 않은가. 알 수 없는 게 사람 속이라더니 지금은 충분한 예방책이 밝혀진 조류독감에 대한 공포로 닭요리 식당들이 줄줄이 도산위기란다.


 광우병이 보이지 않는 그림자라는 건 누구나가 아는 점이지만 조류독감은 그렇지 않다. 얼마든지 막을 수 있고 또 박멸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의 지지율처럼 뚝뚝 떨어지는 닭고기 소비율을, 이명박을 지지했다가 또다시 광장에 나서는 대중들을, 어찌해야 할 것인가.


 이럴 땐 역시 대학생들이 유별난 존재다. 치솟아 오르는 등록금 덕분에 가장 싸게 가장 많이 소비하는 것이 익숙한 대학생들은, 어느새 자본주의의 논리에 가장 잘 부응하는 존재가 되어서 철저히 합리적인 소비양상을 보인다. 치킨이든 찜닭이든 가리지 않는다. 광우병 ‘괴담’에도 꼿꼿하게 냉정을 지킨다. 그러니 참으로 알 수가 없다. 이 대중을 어찌할 것인가. 진중권의 고민이 들리는 듯하다.

*외대학보에 "나비의 반란"이라는 제명으로 연재하고 있는 칼럼을 모음. 학생회에서 같이 굴러먹던 친구가 내 글인지 모르고 읽다가 쓴 사람이 나인 걸 알고 박장대소.

by 공존共存 | 2008/05/25 19:52 | 『나비의반란』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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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blus at 2008/05/26 08:13
'참여'를 통해 현실을 바꿀 수 있다는 현실적인 길을 보여줘야겠죠.
20대가 스스로 그 길을 발견해내고 또 그것을 추진할만한 능력과 재량이 있을지는...의문입니다...
Commented by 공존共存 at 2008/05/27 09:50
음 실제로 민주주의 시민의식은 진보하고 있고 20년전에 비하면 시민의 욕구 또한 진보된 것이니까요, 4.19를 기억하지는 못해도 4.19가 일구어 놓은 열매를 우리는 모두 향유하고 있으니...blus님이 걱정하시는 것은 의외로 간단히 풀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역시, 그러한 민주적 시민의식이 전인적인 것이 아닌 일부 사안에서만 나타난다는 게 큰 문제죠.
Commented by chanossa at 2008/05/27 11:54
닭요리 식당들은 줄줄이 도산위기.
외대앞 썬더치킨은 다달이 가격인상.
이 기이한 현상을 어찌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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