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이프 오브 워터 : 사랑의 형태

기예모로 델 토로가 헐리우드에 진출한 초기의 명작 <판의 미로>를 연상하게 하는 영화. 그러나 스페인내전의 비극 속에서 한 소녀의 꿈과 삶이 산산히 부서지는 과정을 담으면서 관객에게 고통을 전염시켰던, 혹은 완전한 부활을 이루면서 혼란에 빠트렸던 <판의 미로>와는 달리 이번에는 아름다운 사랑의 이야기에, 델 토로 감독 고유의 생생한 기괴함을 잘 버무렸고, 본연의 빼어난 연출력이 잘 살아나 음향효과와 시각효과, 편집, 감정과 메세지까지 모두 절정에 다다른 걸작을 만들어냈다. 

영화 시작과 동시에 화려한 영상미가 눈길을 붙들더니, 유려한 구도와 클래시컬하면서도 독특한 배경음악이 순식간에 1963년의 미국, 주인공 일라이저의 삶 속으로 눈길을 끈다. 음악과 영상미만으로도 티켓값을 하는 영화인데 스틸사진 하나하나 뽑아서 화보를 만들어도 될 정도. 의상과 소품들마저 과거를 눈부시게 재현하면서 생생한 색감이 잘 살아있어 내내 눈이 즐겁다. 어인의 비주얼도 독특하면서 아름다운 기괴함으로 깊은 인상을 준다.

이쯤에서 단점을 짚고 넘어가야 할 텐데, <판의 미로>를 보며 한국 관객이 느꼈던 주제의식의 혼란이 이 영화에서도 고스란히 재생된다. 어인과 인간의 사랑을 왜 굳이 우리가 알아야 하며, 이 알 수 없는 결말은 무엇이며, 왜 주인공은 자위를 굳이 보여주며, 악역의 섹스는 자세히 묘사를 하는가. 빼어난 영상미 말고는 1960년대 스타일의 배경음악과 서사구조 등이 한국인의 취향에 잘 맞는 영화는 아니다. 템포는 다소 느긋하며, 영화 속에서 감정의 진폭이 그리 크지 않다. 스토리를 중시하는 관객들에겐 호불호가 갈릴 작품.

우선 자위와 섹스 등의 성애 묘사는 주인공의 고립과 악역의 인간다움을 세밀하게 묘사하는 장치로서, 작품 전체적으로 캐릭터 하나하나의 디테일이 몹시 뛰어나다. 주인공 일라이저는 농아, 친구 젤다는 흑인, 이웃 자일스는 동성애자인데 1960년대는 이들 소수자가 모두 소수자로서 인간 대접 받기도 힘들었을 터. 게다가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은 심지어 인간조차 아니다. 그리고 감독은 주인공 일라이저와 자일스의 입을 빌어, 인간이 아닌 어인과 정상인간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 이가 무엇이 다르냐 직접 묻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그 대척점에 서 있는 악역 스트릭랜드는? 그는 어떤 인간인가. 이야기 전개에 불필요한 그의 가정묘사나 섹스장면들은, 만물의 영장으로서 인간 종의 가장 원초적인 욕망인 섹스를 통해 그가 한없이 인간적인 존재임을 강조하고 있다. 감독은 이야기를 진행시키는 것보다, 주인공 한 사람 한 사람을 세밀하게 묘사하면서 현실을 반영하는 한편, 작품의 철학적 완성도를 드높였다. 물론 그런 시도가...흥행을 보장해주지는 않지만. 작품의 가치를 크게 상승시킨 것은 사실.

어인을 구해낸 다음에도 탈출까지 시간을 길게 끌면서 주인공들의 묘사에 치중하는데, 보기에 따라서는 이 장면들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어인의 기괴함은 계속되고, 주인공들의 위기는 말끔하게 해결되지 못하며 의문스러움을 남긴다. 그 대신 얻어지는 것은 하루하루 변해가는 주인공의 감정.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감독이 말하는 "존재하는 모든것의 보편적 가치"를 직접 실천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기까지 하다. 돈, 권력, 다수...인간을 짓누르는 많은 것들로부터 개별 인간 존재를 소중하게 대하자는 영화의 메세지 그대로, 감독은 영화를 위해 각 캐릭터를 마구 써버리지 않는다. 하루하루의 감정, 그때그때의 목소리를 대단히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당장의 재미는 좀 부족할 수 있어도, 여운은 길게 남을 수 있는 작품. 

또 영화는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 이것이 신화나 우화임을 반복적으로 강조하는데, 영화를 영화 그대로 환상문학이나 어른들의 동화로서 이해될 때 그 가치가 매우 뛰어나다.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이라기보다는 신화 세계의 현실적 재현. 다만...스페인 내전의 비극 속에서 서사가 얽혀지며 보다 큰 울림을 주었던 <판의 미로>에 비해서는, 유사한 장르의 특성을 지니면서 1963년의 미소냉전은 그저 가볍게, 또 당시의 소수자의 처지도 살짝만, 고명으로 올려진 느낌. 여러모로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고 있는 로맨스 영화다. 

마침 <월요일이 사라졌다> 같은 복병도 터지고 기예모로 델 토로 감독의 성향이 한국 사람들이랑 잘 맞지도 않고...이런 아름다운 영화가 보다 많은 사람에게 전달될 수 없단 건 참 아쉬운 부분. 영화를 보면 <판의 미로>를 복습하고 싶어진다. 

만평 대란 터진 김에 복습

그때 시사인 편집장이 4과문을 빙자해 엿을 먹였지.어? 암찰스가? 정의의 강타자?! » 내용보기

뭐 ㅇㅅㅇ이 ㅇㅅㅇ한 것뿐이긴 한데

오로지 근거 없는 증오심만으로 이딴 걸 해놓으니까 4과문까지 써보네...그동안은 잘도?문제는, 한겨레 시사인 한 짓이 이거랑 별반 다르지가 않단 거고.  » 내용보기

<월요일이 사라졌다>

원제는 “월요일에게 무슨 일이 생겼나” 정도인데 SF물의 제목을 이렇게 평범하게 짓는 것도 일종의 전통. 제목에서 보다시피 고전 스타일에 가까운...본격 정통파SF물이다. 근미래(SF니까요) 환경과 식량위기로(SF의 기본이지) 산아제한정책이 실시되고(왜 아니겠어) 그런 가운데 산아제한정책에 위배된 7쌍둥이(스토리의 시작점. 미래상에 나타난 통제사회에 이... » 내용보기

한겨레에게 미래가 있을까.

친구로부터 분노에 찬 카톡을 받고 나는 잠시, 꽤 오랫동안 한겨레를 거들떠도 보지 않았음을 떠올렸다. 내 견지에서 한겨레가 보수와도 진보와도 어울리지 않는, 자기네들만의 성채를 쌓고 스스로 고립을 자초한지가 버얼써 꽤 시간이 된 때문이다. 사람과 사람을 제대로 mediate 하지 못하는 media가 왜 존재해야 한단 말인가. 그들이 옳든, 그르든 말이다... » 내용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