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루스 안녕~ 『co-existence』

  아주 오래전의 일이다. 병장을 달고 휴가를 나와 당시에 한창 주류의 플랫폼이던 블로그를 개설했다. 이따금 기회가 될 때 에세이를 한 두 개 올렸고 제대 뒤에는 친한 대학 선배와 동기 서너명이 드나드는 사적 공간으로 유지되고 있었다. 내 셀카, 술 취하고 쓴 장난같은 글, 순전히 웃길 목적으로 올린 글 투성이였다.

 그러다가 어쩌다가 뉴스를 링크해서 올린 포스팅이 어느 영향력 있는 유저 분의 추천을 처음 받았고, 뉴스 자체가 워낙 감동적인 내용이다보니 그게 사이트 메인에 가버렸다. 그로부터 얼마가 지나고 나서는, 내가 평소에 관심 있게 보아 온 이슈나 살아가는 문제에 관한 소소한 글들이 한번씩 메인에 올라가 수천명씩의 방문자가 생겨났다. 블로그를 SNS로 인지하지 못하던 시절인지라 내 셀카나 사생활도 넘쳐나던 블로그에 매일 천명씩 고정으로 방문자들이 생겨나니 갑자기 정신이 확 들었다.

 이 블로그는 더 이상 사적 공간이 아니구나, 하는.

 그 뒤로 과거로 돌아가지 못했다. 나는 블로그에 공적인 고민을 담기 위해 노력했고, 그에 호응하고 공감하거나, 비판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이 나의 시민으로서의 공적 역할이라고 받아들였다. 아직 한창 어린 나이의 고민들보다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분노하고, 슬퍼할 일들로 블로그를 채우며 나 자신보다 타인과의 대화를 위해 글을 올렸다.

 그리고 십수년이 지났다. 이글루스는 수익모델을 찾지 못해 매각을 반복하다가 이제는 방치된 플랫폼이 되었고, 사업자의 방치와 이명박 정권의 온라인 여론조작 음모 사이에서 공론장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XX왕 이명박" 시리즈를 올리고 웃고 떠들던 이들, 저격글에 몰려다니며 조리돌림을 하던 이들을 바라보던 시기에 나는 막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위하여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몸도 고달팠고 마음도 고달팠다. 마침내는 나도 잘못된 예측으로 저격글의 대상이 되어 자의반 타의반으로 이글루스를 놓아두고 또 세월을 보냈다. 

 이글루스를 개설한지 13년.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의 글들까지 모아 765개의 글이 있고, 삭제하지 않고 남아있는 댓글들은 3500개 정도다. 선거도 끝났고, 병신같은 새끼들이랑 더 골아프게 상종할 필요도 없을 것 같고. 내가 글을 쓰고 있는 다른 플랫폼에 하루 방문자가 안정적으로 4000명을 유지하고 있다. 

 모든 것이 이루어졌도다. 이글루스, 안녕. 애용하던 뉴스밸리에 글을 올리며 작별을 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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